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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승리하고 미국은 패배했다

미국-이란 휴전 협상의 의미

장정수 언론시국회의 집행위원(전 한겨레 기자) | 기사입력 2026/06/22 [13:32]

이란은 승리하고 미국은 패배했다

미국-이란 휴전 협상의 의미

장정수 언론시국회의 집행위원(전 한겨레 기자) | 입력 : 2026/06/22 [13:32]

미국과 이란이 15일 전격적으로 타결한 휴전 협상 합의는 완전한 전쟁의 종식도, 평화도 아니다. 이는 단지 60일간의 시한부 휴전에 불과하며, 미국의 전략적 패배와 이란의 승리를 포장한 협상문에 가깝다.

 

이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무차별 공습을 시작하면서 촉발되었다. 그들은 이란의 정권 교체, 무조건적인 항복, 핵 프로그램 제거, 미사일 전력 무력화 등을 공식적인 전쟁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합의 내용 어디에도 이러한 목표는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다.

 

합의의 핵심은 사실상 두 가지다. 바로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과 핵 협상의 재개이다. 전쟁 발발 전에도 아무 문제없이 통행되던 호르무즈 해협을 미국과 이스라엘이 먼저 봉쇄했다가 다시 열어준 것이 사실상 전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위대한 협상’을 했다고 자랑하지만, 애초에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원유 수송선들이 자유롭게 다니던 해협을 원상복구한 것이 어떻게 성과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내 공화당에서조차 "이럴 거면 왜 전쟁을 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물질 제거와 핵무기 개발의 영구적 포기를 전쟁의 핵심 목표로 내세웠지만, 이번 합의에서는 그러한 문제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원상회복된 이후에 다시 논의하기로만 되어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협상으로 구체적으로 얻은 것이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만약 이란이 2단계 협상에서 핵물질 폐기와 핵무기 개발 포기를 거부한다면, 미국은 다시 이란을 침공할 것인가?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미국은 이란을 재차 공격해 군사적으로 굴복시킬 힘이 없다. 만약 그런 군사력이 있었다면, 미국은 이렇게 빈약한 합의를 수용하지 않고 전쟁을 지속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전쟁을 계속할 여력이 이미 크게 소진되었다.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이란의 극초음속 미사일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요격 미사일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요격 미사일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중국이 독점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미국에 판매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극초음속 및 초음속 미사일에 대응하는 요격 미사일 재고의 3분의 2를 이미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요격 미사일은 향후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에 대비한 비상용으로 비축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이란 전쟁을 더 이상 지속할 여력이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스라엘에 요격 미사일을 비롯한 공격용 무기를 추가로 공급하기 어려운 상태이며, 휴전에 반대하던 이스라엘조차 마지못해 미국의 휴전 노선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란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은 미국을 능가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전력이다. 

미국이 아직 실전 배치하지 못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이란은 이미 양산 및 실전 배치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전쟁에서 이란은 이러한 미사일로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뚫고 주요 시설을 파괴했으며, 걸프 지역 내 친미 국가들에 주둔한 미군 기지까지 초토화시켰다. 현존하는 군사 기술로는 이란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휴전 협상 대상에 이란의 탄도 미사일 문제도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트럼프는 그럴 경우 협상 자체가 성립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문제를 협상 안건에서 제외했다. 

 

이란의 탄도 미사일은 이란의 비대칭 군사력 핵심이며, 전략적으로 핵무기 이상으로 중요한 자산이다. 이란은 이번 전쟁을 통해 핵시설보다 탄도 미사일이 국가 생존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극초음속 탄도 미사일로 미군 시설과 전략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실전 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제 미사일은 이란 안보 전략의 핵심 자산이며, 핵 문제는 협상의 여지가 있더라도 미사일 문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최종 방어선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핵 문제에 대한 원칙론적인 논의만 확인한 채, 탄도 미사일 문제는 사실상 포기했다. 

 

이는 명백한 미국의 전략적 패배를 입증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우회적 지원 또한 이란의 미사일 전력을 가공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이었다. 러시아와 중국의 기술 협력 속에서 이란의 방공망과 미사일 체계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이란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베이토우(북두) 위성항법체계를 도입해 탄도미사일의 정밀 타격 능력을 극대화했으며, 러시아는 걸프 지역 내 미군 기지들의 위성 좌표를 이란에 제공해 정밀 타격을 가능하게 했다. 

 

중국은 전쟁 초기에는 이란이 미국의 맹공에 곧 무너질 것으로 보고 관망했으나, 이란이 예상보다 오래 버티자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또한 이란과 미국 사이의 협상을 중재한 파키스탄은 협상 내용을 실시간으로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쟁은 미국의 군사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때 세계 어디든 원하는 대로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다고 믿었던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을 통해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 부족, 토마호크 생산능력 한계, 희토류 공급망 취약성, 군수산업 기반 약화라는 뚜렷한 한계를 확인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의 걸프 동맹체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 등 친미 걸프 국가들은 미군 기지의 존재가 자국의 방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이란 미사일 공격의 표적이 되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들 국가가 미국의 군사작전에 무조건 협조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미사일 사거리 안에 있으며,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결정적 약점을 안고 있다. 전쟁이 확대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걸프 왕정 국가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중동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더 큰 변화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의 든든한 뒷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파키스탄이 이번 합의에서 중재 역할을 맡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은 이미 사우디와 이란의 화해를 성사시킨 바 있으며, 러시아 역시 이란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미·이란 간 협상이 아니라, BRICS 질서가 중동으로 확장되는 과정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 미국이 제재와 군사력으로 유지해온 세계 패권 체제가 점차 다극 체제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과 파키스탄은 이란, 사우디, 이집트,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새로운 중동 집단안보체제까지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미국 중심의 중동 질서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할 것이며, 이스라엘도 더 이상 중동에서 절대적 군사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전쟁은 단순한 휴전이 아니라, 중동 질서 재편의 신호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합의로 평화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합의가 깨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 이스라엘은 이번 합의를 탐탁지 않게 보며, 공화당 내 강경파들 역시 "이란에 굴복했다"며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 이란 내부 강경파들도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 

 

그러나 설령 합의가 무너지더라도, 미국이 또다시 이란과의 전면전을 재개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스라엘이 레바논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은 여전히 농후하다. 이번 합의에서 이스라엘은 서명국이 아니며, 이스라엘이 합의를 무시하고 이란이나 레바논에 대한 군사 공격을 재개할 경우, 이란의 강력한 반격에 직면해 중대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전쟁은 미국의 전략적 패배로서, 미국 패권 체제의 종식과 다극 체제의 부상을 상징하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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