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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주권자, 이제는 법과 제도의 주인으로 서야 한다

황호정 | 기사입력 2026/09/17 [23:00]

광장의 주권자, 이제는 법과 제도의 주인으로 서야 한다

황호정 | 입력 : 2026/09/17 [23:00]

2024년 12월 3일 밤, 헌정 질서를 흔든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시민들이 여의도 국회로 달려갔던 순간을 기억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은 다름 아닌 주권자 시민의 자발적 발걸음이자 강한 민주적 회복력이었다. 이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대선 과정은 한국 사회가 거친 풍파 속에서도 주권자의 위대한 힘을 다시금 입증한 역사적 장이었다.

 

당시 여의도 광장에 모인 시민들 앞에서 현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의 주체인 시민이 일상적으로 국정에 참여하는 '민회'와 같은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탄핵 이후 들어선 국민주권정부 역시 '시민참여기본법 제정'과 '국가시민참여위원회 설립'을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하며, 광장의 열기를 제도적 민주주의로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정치권의 현실은 지극히 유감스럽다.

 

지난 2025년 12월 31일 발의된 '시민참여기본법안(이해식 의원 대표발의)'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에 걸린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여야의 극심한 대립과 당리당략 속에서 법안 처리를 위한 최소한의 절차인 공청회조차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계엄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낸 주권자들의 헌신을 정치권이 또다시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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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7일 200여 명의 시민사회활동들과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참여기본법의 정기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2026년 9월 17일, 전국 50개 지역에서 모인 200여 명의 시민사회 활동가들과 뜻을 함께하는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 본청 계단 앞에 다시 모였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시민참여 기본법'의 정기국회 내 통과를 촉구한 이유는 단 하나다. 위기 때만 찾아 쓰는 '일회성 구원투수'로서의 시민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공공정책을 결정하고 숙의하는 '국정의 정식 주체'로 바로 서기 위함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기후위기, 인구 소멸, AI 기술 전환, 극단적인 정치적 양극화라는 복합적 난제에 직면해 있다. 과거의 관료주의적 통제 방식이나 대의제 정치의 한계만으로는 끊임없이 분출되는 사회적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유엔(UN)과 OECD 등 국제사회가 일찍이 지적했듯, 시민의 다각적 참여와 숙의 과정을 제도화하는 것만이 정치와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시민참여기본법은 단순히 시민단체를 지원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시민의 정책 참여 권리를 명확히 규정하고, 칸막이 행정을 개선하여 국가와 지자체가 시민의 목소리를 제도적으로 수용하도록 강제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틀'이다.

 

계엄을 막아내고 탄핵을 통해 민주주의를 회복시킨 시민들의 위대한 저력이 단발성 이벤트로 휘발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현장의 목소리를 국회와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주권정부가 약속했던 국정과제를 이행하고, 이번 정기국회 내에 시민참여기본법을 반드시 제정하는 것, 그것이 바로 광장을 지킨 주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자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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