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텃밭 하늘땅살이(농사) 이어 간다.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한 첫해에,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만끽했지만 미처 씨앗까지 거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 의미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새로이 시작점에 서니, 작은 텃밭 하나를 일구는데도 씨앗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마을공동체 벗님들의 '토박이씨앗나눔잔치' 덕분에 한해 텃밭을 책임져 줄 귀한 토박이 씨앗을 얻을 수 있었다.
강원도 홍천과 서울 강북구에 자리잡은 '농도상생 마을공동체'. 매년 하늘땅살이를 앞두고 한바탕 ‘토박이씨앗나눔잔치’가 열린다. 넉넉히 거둔 이가 나눌 수 있는 씨앗을 공유하면, 부족한 이는 한해 밭그림 계획에 따라 받고 싶은 씨앗을 신청한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종류씩 정성껏 포장된 씨앗이 ‘하늘땅살이’ 하는 이들 삶터 곳곳에 나눠진다.
내력과 함께 이어져 오는 ‘토박이 씨앗’은 하늘땅살이 하는 이들에겐 귀한 자산이고 근간이다. 다국적외국계종자회사에 잠식 당하며 점차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국내 토박이씨앗’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기도 하다.
함석헌 선생님이 우리 민족을 '씨알'이라 칭한 의미도, 오래된 욕설 중 '씨를 팔 놈'이란 말이 생긴 이유도, 씨앗 한 알에 온 생명과 우주가 들어 있다는 가르침도, 손수 작은 텃밭을 일구기 시작하며 더 깊이 들이게 된다. 한살림 실무자 10년 차에 비로소 깨닫는 교훈이고 배움이다.
녹색평론의 생태사상가 김종철 선생님은 '자본에 의해 거대 산업화 된 농업의 몰락을 막는 보루는, 그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소농들의 눈물겨운 분투와 노력에 있다' 고 늘 강조하셨다.
작은 텃밭, 작은 농지, 작은 씨앗이라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수고하고 애쓰는 이 땅의 모든 작은 농부들 덕분에, 오늘도 우리는 생명(생의 명)을 놓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분들을 향한 고마움 새기며, 나 또한 작은 농부로의 투박한 걸음을 내딛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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