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사람도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다”섬의 영토수호, 역사문화보존도 사람이 존재해야 이루어진다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다. 육지에서는 이런 인간 중심주의 사상에 대한 반성으로 뭇 생명들과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인류세’의 인간 중심주의 사상이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시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멸종돼버린 생물이나 멸종 위기종 생물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인류세의 다양한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여타 멸종 위기종 생물들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흔한 철새보다 못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섬사람들이다. 섬사람들은 철새보다, 애기뿔쇠똥구리보다 후순위다. 육지 사람들 중 일부는 철새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섬사람들의 이동권은 제약되도 좋다고 주장한다. 애기뿔 쇠똥구리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섬 사람들의 서식지는 사라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육지의 또 어떤 이들은 섬에 사람이 살지 않아야 섬의 생태계가 보호될 수 있다고 믿는다. 섬사람도 자연의 일부고 생태계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없다. 섬사람들은 인류세의 사람 종에서도 소외되고 생태계 구성원에서도 배척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유인도 중에서 지난 40년 동안 사람의 서식지가 사라져 무인도가 된 섬이 500개가 넘는다. 1980년 한국의 유인도는 987개였다. 2020년 유인도는 465개다. 522개의 섬 사람들이 멸종돼 버렸다. 심각한 멸종 위기 상황인 것이다. 유인도의 무인도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섬 사람들은 가장 위급한 멸종 위기종 생물인 것이다. 이제 천연기념물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보호받아야 할 시점에 도달하고 있다. 섬 사람들이 멸종위기종이 된 것은 열악한 정주 여건 때문이다. 그동안 울릉도는 연평균 147일, 백령도는 93일, 거문도는 91일, 홍도는 53일 배가 뜨지 못했다. 그밖의 다른 섬들도 수십일씩 교통이 단절 된다. 육지에서는 파업 등으로 하루 이틀만 버스나 열차가 안 다녀도 난리가 난다. 하지만 많은 섬사람들이 연간 100일 씩 교통이 단절돼도 속수무책이었다.
응급치료만 제 때 받아도 살수 있는 사람들이 제때에 치료를 못받아 목숨을 잃는 일도 다반사다. 바다에서 일하는 섬 사람들의 재해율은 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광공업 종사자보다 4배나 높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전혀 알려져있지 않다. 그래서 섬사람들이 소멸돼 가는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대국민 섬 인식 조사에 따르면 육지 사람들이 섬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것은 첫째가 관광자원(73.8%)으로 압도적 비율이다. 그 다음은 환경 생태 보호, 수산자원관리, 영토수호, 역사문화보존 순이었다. 사람의 거주 공간의로서 섬의 가치는 꼴찌였다. 대다수 육지사람들은 섬에도 사람이 산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섬사람들은 철새나 애기뿔쇠똥구리보만도 못한 대접을 받고 사는 것이다. 지난 며칠, 목포의 서남해안 세계 섬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주관 2021 해양실크로드 국제 학술대회에서 토론자로 참여하면서도 이런 사실을 강조했다. 참석자들 대부분이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 여수에서는 세계 섬박람회가 확정돼 준비 중이고 목포에서는 별도로 세계 섬엑스포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박람회나 엑스포나 같은 말이요 같은 행사다. 그런데 함께 하지 않고 따로 가는 이유는 뭘까 짐작가는 바 없지 않지만 아무튼 그문제는 논외로 치고.
문화재청에서도 섬의 문화, 자연 유산을 더욱 적극적으로 문화재로 지정하겠다고 한다. 섬에 대한 관심은 반가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스럽기도 하다. 이런 일련의 행사와 정책들 속에서 정작 섬의 주인인 섬사람들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지가 진정으로 섬을 위해서 섬 박람회를 하고 섬 엑스포를 하려는 것일까 의구심이 든다. 어째서 섬사람들의 참여도 없고 섬사람들의 절실한 문제 해결에는 무관심한 행사가 섬이란 이름을 달고 행해지는 걸까 육지의 발전을 위해 섬을 이용하는 행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섬박람회든 섬 엑스포든 섬과 섬 주민들이 들러리가 아니라 주인공이 되는 행사가 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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