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에서 나온 쌀 사먹지 마라.” “왜요 어머니?” “녹조 때문에 쌀에 독이 있데. 다른 채소들도 사먹지 말고.” 어머니 말씀을 듣고 찾아보니 낙동강 물을 사용해 재배한 쌀에서 녹조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다량 검출됐다고 한다. 녹조 재배 쌀의 마이크로시스틴 함유량은 미국 정부의 일일 허용치보다 최대 8배, 프랑스 기준보다는 최대 15배 높았다. 무와 배추에서도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한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에 심각하게 해롭고 남성 정자 수 감소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보를 만들어 강물을 가두어 두니 이런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4대강보 뿐만 아니다. 우리의 강들은 하구언 둑으로 바다와 단절된지 오래다. 영산강이 그렇고 금강이, 낙동강이 또 그렇다. 낙동강에서 해수유통을 시도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둑에 갇혀 썩어가는 강물들. 본래 강과 바다는 구분이 없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 구역은 늘 하나로 연결되어 민물과 바닷물이 뒤섞여 흘렀으니 어디부터 강이고 어디부터 바다겠는가 그래서 강은 작은 바다였고 바다는 또 큰 강이었다.
서남해 섬 사람들이 바닷가를 강변(갱변)이라 부르고 섬과 섬 사이 해협들을 남강(암태도)이나 독강(덕적도), 축강(장산도)이라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서남해 섬 사람들의 세계관에서 강과 바다는 하나였다. 금강도, 영산강도 하구 둑을 허물어 버려야 한다. 바다와 강을 오가는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오가게 해야 한다. 강과 바다는 연결되어야 마땅하다. 그래야 단절됐던 생태계가, 소멸돼 가는 문화가 복원될 수 있다. 전남에서는 남도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수묵비엔날레를 개최한다. 2년마다 수묵화 전시회 연다고 남도에 르네상스가 도래할까 남도의 경제가 살아나야 문화도 융성하고 르네상스가 시작되는 것이다. 영산강 하구 둑을 허물고 보를 없애면 남도의 경제도 살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흑산도에서 출항한 홍어 배가 나주의 영산포까지 오고 가던 때를 아주 먼 조선시대 쯤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1970년대 후반까지도 영산강을 따라 어선과 상선들 나룻배들이 오고 갔다.
하구 둑을 허물고 흑산도 홍어 배가 다시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남도의 젓줄이 흐르면 강의 어업이 되살아나고 강을 따라 유람선들이 오가며 관광업이 부흥하고 강변을 따라 나룻 터가 성업을 이룰 것이다. 그렇게 남도의 경제가 되살아나면 자연스럽게 문화도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남도 르네상스다. 수묵비엔날레가 아니라 영산강이 남도 르네상스를 이룰 것이다. 영산 강변의 마을에는 아직도 웅어회를 먹는 풍습이 있다. 웅어는 연어나 은어처럼 바다와 강을 오가는 어류다. 영상강 둑에 막혀 더이상 웅어가 찾아올 수 없는데도 오래된 음식문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로 펴낸 책 <바다 인문학>(인물과사상)에서 김준 박사는 웅어를 소환하며 “바다와 강은 통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반갑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또 있었구나. 바다와 강이 어째서 통해야 하는지를 설득시켜 주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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