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선생 2주기, 선생이 환원하셨을 때 쓴 시를 다시 기억한다.
혁명은 낡아서 고물장수도 안 가져간다지만 여름 새벽 달구비에 젖어 시민을 만들다가 북악산에 스며든 느린 혁명가를 그리며 혁명을 혁명한다 왜 민중이 아니고 시민이냐고 나는 투덜댔지만 혁명이 사라진 세상 시민이라도 좋다고 나는 그렇게 그를 사랑했다 헛꿈을 꾼다고 늘 타박을 받지만 쇼윈도의 찬란한 보석에 취해 누군가를 목 조르는 경쟁에 권력의 개 목걸이로 흔들릴 수는 없지 않는가 민들레꽃처럼 많던 마르크스, 레닌, 게바라, 로자, 마오들은 부르주아지들이 다 먹어 버렸을까 바보같이 첫사랑을 못 잊어 광장에서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트럭에 실린 형제들의 주검들을 생각하다가 멋쩍게 돌아서서 마른 소주를 마시고 꿈을 꾼다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 파르티잔이 되고 몽골 초원을 달리는 오랑캐가 되고 지리산에 스며든 아나키스트가 되고 그들의 사내가 되고 그들의 여인이 되고 경계를 지어 니 것 내 것 가져 누리는 좀생이들의 쪼잔한 세상 따위는 통 크게 비웃으며 오늘과 내일을 스스로 점령한다
스스로는 좁쌀 한 톨 기르지 못하는 국가에 다시 앵벌이 따위는 않겠다 누가 광장의 촛불로 찬란한 보석 목걸이를 만들어 목에 거는가 누가 광장의 눈물로 혁명을 세탁하는가 독백이 된 혁명은 죽음이다 혁명이 어디 봉기뿐이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노동연합기금을 만들어 단 한 푼도 부르주아지의 보험에 의존 않겠다 노동자와 농민이 함께 연합농장을 일궈 노조, 아파트단지, 공공기관, 학교, 마을에 농민 매장을 열겠다 부르주아지의 두부가 아닌 엄마표 따끈한 두부를 학생들에게 먹이겠다 부르주아지의 산업단지가 아닌 마을공동작업장에서 만든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가구를 쓰겠다 부르주아지가 통제하는 국가의 화폐로 주는 기본소득이 아닌 마을의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공유자산 기본소득을 하겠다 모두의 땅, 모두의 숲, 모두의 집을 자치•자급•자연하겠다 나의 욕망으로 타인과 지구를 약탈하지 않겠다 국민은 하지 않고 자치민 하겠다 해설피 저녁 막걸리 나누는 사람 사는 마을을 만들겠다
개인은 마을을 마을은 개인을 위해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체 마을 마을과 마을이 연방을 이루는 타쉬겐트에서 울란바트르에서 블라디보스톡에서 흑하에서 평양과 함흥에서 서울과 제주에서 국가를 매개하지 않는 동북일가 동북아마을연방 민주의 약발이 떨어지는 지금 에두르지 않고 직접 창발하는 느린 혁명 통쾌한 전환 새로운 시작 하루 한 송이 이틀에 두 송이 삼백예순 날 삼백예순 송이 다시개벽이다 <저작권자 ⓒ 직접민주주의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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