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민현장] 전국민회 홍성총회, 무엇이 민주주의와 마을을 만드는가?2..11~12 충남 홍성에서 전국에서 70여명 참여한 가운데 전국민회 총회 열려러시아의 귀족이자, 대문호였던 톨스토이는 아나키스트였다. 모태신앙으로 러시아 정교회의 세례를 받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민중들의 삶에 무심한 종교와 국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해나갔다. 무신론자로서 청장년을 보낸 톨스토이는 50대에 참회록을 쓰고 다시 신을 통해 존재의미를 찾기 시작했다. 국가, 귀족, 종교의 자기모순에 환멸을 느끼고 소박한 농민적 삶을 동경했던 그는 자신의 영지에 속했던 300여명의 농노를 스스로 해방시키고 농민학교를 열기도 했다. 지금도 러시아에는 많은 ‘톨스톨이학교’들이 있다. 홍성군 홍동에 있는 풀무학교도 톨스토이학교를 닮았다. 풀무학교 홈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이 설립 과정이 소개되어 있다. 풀무의 설립자 두 분 중 이찬갑 선생은 오산학교 출신으로 ‘교육, 기독교, 농촌’에 의한 민족 구원을 위한 교육을 평생 준비하셨으며, 주옥로 선생은 감신대를 나온 뒤 홍동에서 독립 전도를 하면서 ‘진리, 학문, 자립’으로 그리스도인, 농촌수호자, 세계의 시민‘ 양성을 위한 중등교육기관 설립을 염원하던 중 홍동 성서 집회에서 두 분이 만나 뜻을 일치하여 학교를 여셨다. 홍동면은 전국의 여느 시골 마을과 비슷하지만 다른 곳이기도 하다. 전국의 면단위 마을들은 면소재지에 거의 하나밖에 없는 초등학교 폐교를 걱정하지만, 홍동면은 아직 200여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활력이 있는 지역이다. 여전히 홍동은 귀농·귀촌의 1번지로 여기지며, 여느 시골 마을에는 없는 것들이 많다. 연구소와 박물관이 있고 주민들이 만든 농산물가공장, 은퇴자농장, 어린이집, 농업전문학교, 도서관, 빵공장, 비누공장, 로컬푸드 매장, 마을주점, 책방, 출판사 등 마을기업과 협동조합 천지다.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까지는 1958년에 개교해 65년째는 맞이하는 풀무학교가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기반을 닦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홍동의 환경농업교육관에서 직접민주주의와 마을공화국을 지향하는 전국민회의 2번째 총회가 열렸다. 전국민회는 심각한 위기로 치닫고 있는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허약한 민주주의와 풀뿌리 자치에 있다고 진단하고,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각자 살고 있는 지역에서 씨알민회을 만들고 전국적인 연대를 하자는 취지로 21년 10월에 전남 함평에서 창립했다. 예상보다 많은 70여명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그동안 꿈꾸는 사람들의 냄새가 그리웠을까 아직 씨를 뿌린지 얼마되지 않아 직접민주주의에 기초한 씨알민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잘 들리지 않지만, 지난 수 십 년에 걸쳐 홍동이 쌓아올린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돌아보고픈 마음은 강했을 것이다. 첫 이야기는 환경농업의 산증인이자, 환경농업교육관을 지은 주형로 선생의 이야기부터 들었다. 환경농업이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기에 그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업의 가능성을 열었고,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넓다는 친환경농업단지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는 주민들과 이미 20년 전에 문당리 100년 계획을 만들었고, 환갑이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이상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가 개발한 오리농법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전파되었으며, 故노무현 대통령도 고향 진영으로 돌아가 친환경농업을 시작할 적에 주형로 선생에게 배워 갔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두 번째 마당은 어른들의 이야기로 시작했다. 홍순명 前풀무학교 교장, 김영호 前유한대학 총장, 평생 사회운동에 헌신한 이해학 목사. 팔순을 넘긴 세 어른은 우리 사회를 진지하게 생각하면서도 길을 잃지 않고 평생을 살아왔다. 홍순명 前교장은 홍성마을을 이루게 된 힘의 원천은 ‘위대한 평민’ ‘더불어 사는 평민’을 양성하겠다는 풀무학교의 생각과 힘들지만 꿋끗하게 마을을 지켜준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홍동이 있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영호 전 유한대 총장은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전례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며,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패러다임 ‘흥부노믹스’를 제안했고, 평생을 빈민운동, 통일운동 등 사회운동에 헌신한 이해학 목사는 시민과 주민이 실질적인 주인되는 사회가 민주주의의 완성임을 역설했다. 지난 설날 연휴에 앵콜방송된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멘터리는 어른이 사라진 시대에 사는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노자가 말한 ‘낳았으되 소유하지 않으며‘(生而不有), ‘공을 이루었으되 머물지 않은’(功成而不居) 제대로 된 어른이 드문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리라! 작은 것도 부풀리고, 남의 것도 서슴없이 가로채는, 야만이 판치는 사회에서 제대로 된 어른과 사람은 점점 드물어간다. 전국 각처에서 온 이들은 팔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은 시간을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다지기 위해서 달려온 듯 보였다. 세 번째 마당에서는 지난 1년간의 활동을 돌아보며, 올해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졌다. 뜻은 원대했으나 활동은 미약했던 지난 한 해는 코로나19 탓도 있지만, 열악한 우리 사회의 풀뿌리 환경과 함께 아직 사명을 내면화하지 못한 탓이 있다는 반성도 있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으로 새로운 정부를 만들었지만, 이렇다 할 개혁의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은 정권을 맡았던 이들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회초리를 세게 들지 못한 시민사회의 탓도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깊은 반성과 성찰이 뒤따르지 않는 미래는 무망하다. 반성이 습관이 되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네 번째 마당에서는 오늘날의 세계정세와 우리의 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몇 해 전에 한국사회의 새로운 백년을 모색하자며 사)다른백년을 창립했던 이래경 前이사장은 오늘날의 국제정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분석했다. 2차대전이후 지금까지 유지됐던 팍스아메리카 1극체제 종료가 가시화되고, 중국이 새롭게 부상하고, 국제질서가 다극화하는 상황에서 한반도의 운명은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더가 잘못 판단하는 순간 우크라이나 같은 사태가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도 있으며, 급변하는 정세속에서 한반도의 운명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지혜가 용기가 더욱 중요한 시간임을 지적했다. 다음날은 홍동의 새로운 면모를 일구는 홍동 현장을 방문했다. 청년들과 여성들에게 운영을 맡겼더니 새롭게 탈바꿈하더라는 한옥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빵집. 제일 인상이 깊었던 것은 홍동의료생협. 최근에 한 지방의료원이 3억이 넘는 연봉을 제시했지만 지원자가 없다는 기사를 본 터라, 그 금액의 10%의 급여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는 의료생협 의사를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다시 떠올렸다. 홍동에는 다른 마을에는 없는 많은 것들이 있다. 다른 곳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주민들의 마을학회도 있고, 멀지 않은 미래에 만들 마을대학에 대한 구상도 들었다. 이 모든 것들이 65년전에 이찬갑, 주형로 두 사람이 처음 뜻을 내 풀무학교를 만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디딤돌이 되고, 수많은 일들에 마중물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의 말이 어쩌면 실현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홍동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들었다. 풀무학교를 방문한 길에 주형로 선생은 입학 때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중학교까지 배구선수를 한 터라 공부를 해본 적이 없지만, 누이들을 통해 풀무학교가 좋다는 느낌이 들어 무조건 지원.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 백지시험지를 냈지만, 25명 모집에 딱 25명이 지원. 백지시험지를 낸 주형로 선생을 두고 교사들이 입학여부를 두고 갑론을박 끝에 운이 좋게 입학. 그 뒤로 교장이었던 홍순명 선생과 깊은 인연을 맺고, 평생 한번도 홍동을 떠나지 않았다는 주형로 선생. 많은 똑똑한 고향의 동기와 선후배들은 입신양명을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자신이 가장 공부를 못했기에 고향을 지켰다는 말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옛 속담. 선산을 지키면서 훌륭한 마을공화국을 이루어가고 있으니 그의 덕은 더욱 창대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동을 떠나기 전에 급변하는 국내외 상황을 다시 재인식하고, “지구로 모색하고, 국가로 기획하며, 마을로 실천하라”는 창립 때의 선언과 화두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자 참여자들의 뜻을 모아 시국선언을 낭독했다. 누구에게 외치는 것이 아니라, 험난한 시대를 스스로 그리고 함께 건너고자 하는 바람이자,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오가는 천리길을 동행한 목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결론에 이른 비슷한 생각. “신은 각자에게 내재해 있고, 그 신을 자각할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한다” 청장년 시절에 신을 부정했지만, 만년에 신을 다시 찾았던 톨스토이도 비슷한 생각이었을까!
[2023년 직접민주주의마을공화국 전국민회 시국선언문] 지금 우리 사회는 비상한 시국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등장과 함께 검찰독재로 민주주의가 근원적으로 위협받고 있으며 거대 양당의 적대적 갈등으로 온 국민이 두 패로 분열되어 크게 상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파국적 경제 위기로 서민들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고 있으며, 새해 벽두부터 엄습한 핵전쟁 위험 앞에 온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직접민주주의마을공화국전국민회> 이름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1. 우리는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불통의 정치에 대해 분노합니다. 윤석열 정권은 대선에서 0.73 퍼센트의 미세한 차이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점령군이나 다름없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외친 ‘공정과 상식’을 내팽개치고 정치검사를 전면에 내세워 오로지 서민대중과 정적을 파괴하는 데에만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회적 애도를 가로막고 희생자 가족들의 피맺힌 절규를 외면하는가 하면, 학교가 조국의 딸에게 준 600만원 장학금은 유죄이고 대장동사건의 주역이 곽상도의 아들에게 준 50억은 무죄가 되는 사법 씨스템을 보면서 국민의 허탈과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2.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제정책을 반대합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친기득권 반서민 정책을 노골적으로 시행함으로써 노동자와 서민대중의 삶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중소상공인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거짓되고 표피적인 조치만을 반복하면서 다주택자들과 특권층에게 온갖 혜택을 퍼붓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특권층과 기득권자들을 위한 정책을 즉각 중지해야 합니다. 3. 우리는 70년 동안 지속된 군사적 대결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상태의 실질적인 종식과 평화체제로의 이행을 촉구합니다. 4. 우리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규탄하며 대의 민주주의 체제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합니다. 5. 우리는 직접민주주의의 전면적 확대와 자치 분권을 위해 행동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방자치 분권’의 전면적인 실행을 요구하며 ‘직접민주주의’가 실행되는 ‘마을공화국’과 이를 기반으로하는 ‘마을연방민주공화국’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이러한 인식과 정신에 기초하여 우리는 중앙당 독재를 벗어나 지역 자립을 추구하는 <직접민주주의자치분권 지역당 추진위원회>와 가짜 민주주의를 지속시키는 양당 체제를 혁파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자치분권 정치개혁 연대>를 구성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국민 여러분께 제안하며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직접민주주의마을공화국전국민회 제2차 정기총회 참가자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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