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민주노총 조합원 3,000여 명이 모여 「2023년 3·8 세계여성의 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였다. 2시에 보신각에서 모여 종묘→이화사거리→대학로 마로니에공원까지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여 여성노동권 쟁취하자!” “여성 노동자 투쟁으로 성 평등한 일터를 만들자!” “임금 격차 해소하고 평등노동 쟁취하자!” “여성 노동자가 바꾼다. 성평등권 쟁취하자!” 등 구호를 외치면서 ‘차별의 벽 통과하기’를 하면서 행진하였고, 3시에 마로니에공원에서 본 집회를 하였다. 행진 도중에 어느 빌딩 사무실에서 현수막을 내 걸면서 응원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대회는 여성들의 발걸음으로 균열을 내는 것을 의미하는 ‘이미 시작된 균열, 투쟁으로 나서는 여성 노동자’였다. 대회에서는 대회사와 연대사, 각 부문의 투쟁사업장의 여성 노동자들의 발언, 성평등 모범조직, 조합원에 대한 시상식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맹산하조직 여성위원장’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민주노총가’를 부르면서 마무리 하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대회사에서 ‘8시간 똑같이 일해도 여성은 남성보다 36%(오후 3시부터 무임금이라 할 수 있다) 부족한 임금을 받는다. 여성들에게는 고용의 기회도, 승진의 기회도, 경력을 유지할 기회도 공평하지 않다. 윤석열 정권은 여성차별이 없다고 하지만 성별 임금 격차는 OECD 부동의 1위이다’라고 밝혔다. 2021년 기준 전체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남성 노동자의 65.8% 수준이다. 2019년 통계청이 산정한 여성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총액 356조 원, 1인당 월평균 115만 원이라고 한다. 비정규직 비율을 보면 2022년 기준 전체 남성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30.6%인데, 여성은 전체 여성 노동자의 46%가 비정규직이다. 통계청 발표 <2021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시간당 임금이 남성 정규직이 23,356원, 남성 비정규직이 17,311원, 여성 정규직이 16,508원, 여성 비정규직이 12,732원이다. 중위 임금의 2/3 미만을 가리키는 저임금 노동자 비율에서도 여성은 24.1%, 남성은 12%이다. 2021년에 최저임금도 못 받는 남성 노동자는 15.3%, 여성 노동자는 21.1%였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연대사에서 ‘전체 여성 노동자의 36%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2020년 기준 여성 노동자의 8%가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는 초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3·8여성의 날을 앞두고 일주일에 최대 69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였다. 장시간 노동은 여성에게 더욱더 가혹하다. 장시간 노동이 강화될수록 돌봄 노동을 전적으로 맡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은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고, 더 열악한 일자리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퇴행의 시대이다’라고 하였다.
투쟁사업장 발언에서 첫 번째 정민정 서비스연맹마트노조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 대기업 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을 없애겠다고 했는데, 민주노총서비스연맹의 4년간의 투쟁으로 만들어진 이 법을 당사자인 노동자의 의견은 묻지도 듣지도 않고 재벌 대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폐지하려고 한다. 우리 마트 노동자는 일요일 의무휴업 투쟁에서 물러설 수 없다. 여성 노동자의 자존심을 걸고 우리의 일터를 지키고 유통판매 노동자의 노동의 가치를 지켜 내겠다’고 하였다. 두 번째 변순애 공공운수노조 세브란스병원분회 분회장은 ‘저임금과 갑질을 해결하기 위해 2016년 민주노총에 가입하였다. 출범식 준비할 때 세브란스병원은 용역업체와 노조파괴를 공모하고 있었다. 민주노조를 지킨 노동자들은 징계를 받고 괴롭힘을 당하고 유동 근무로 쫓겨났다. 병원 파트장이 노조파괴를 지시한 업무일지, 탈퇴를 협박하는 현장소장의 녹취록,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였지만, 2017년 6월 노동부가 무혐의 처분하였다. 다시 고소하여 2021년 3월 검찰이 세브란스병원 사무국장을 비롯하여 9명을 노조법 위반으로 기소하였다. 7년이 되었고 그사이 140명이던 조합원은 5명이 되었고, 힘들고 답답할 때도 많지만 여기 계시는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더 크게 외치겠다’고 하였다. 세 번째 이광수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는 ‘시급 400원을 인상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월급 185만 원 덕성여대 청소 노동자가 월급 8만 3600원을 인상하고 인력감축을 막아내는 것,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가 민주노조를 지켜내는 것이 곧 세상을 바꿔내는 것이라는 것을 투쟁하고, 연대하고, 결의하면서 어느 순간 깨달았다’고 하였다. 네 번째 이주희 광주광역시 사회서비스원 지부 홍보부장은 보육 대체교사로 일하다 해고되었다. ‘“우리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라 사람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기간제보호법 취지를 전면 부정하고 정부의 민간위탁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면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유일한 복지인 대체교사지원사업인 보육 대체교사를 집단해고하고 있다. 대화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던 지부장이 단식 16일째 저혈당 쇼크로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 중이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해도 끄떡도 않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집단해고 철회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대체교사 여성 노동자들에게 마치 진압군처럼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였다. 보육교사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광주광역시와 보건복지부가 법과 지침에 근거하여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고 하였다. 다섯 번째 최윤미 금속노조 경기지부 시흥안산지역지회 한국와이퍼분회 분회장은 ‘115명의 여성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야간노동을 하였다. 승진과 임금에서 차별이 있었지만 그래도 정규직이어서 견딜 만했다. 대부분 근속 10년 이상이 되는 한국와이퍼 여성 노동자들은 회사에서 4, 50대를 맞았다. 노동조합도 만들어 노동환경도 조금씩 개선하며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단협도 체결하였다. 그러나 정년을 맞이할 것이라는 꿈이 일본 덴소자본의 고용합의 파기와 청산강행으로 사라졌다’고 밝혔다. 여섯 번째 여미애 너머서울젠더팀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역사에 근무하는 5060 여성 청소노동자들의 미투 공론화. 서울교통공사 역장 출신 퇴직자는 자회사의 팀장으로 부임하면서 청소 미화 여성 노동자들의 폐쇄된 휴식 공간에서 성추행을 자행하였다. 중년 여성은 그간 구태의연한 인식과 자기 검열 탓에 신체 및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하였다. 너머서울 젠더팀은 모든 여성 개인이 누려야 마땅할 불가침한 신체와 인격의 존엄을 사각지대에서 끌어 올리는 길에 나서려고’한다고 하였다. 일곱 번째 돌봄 노동자 김덕임 공공운수노조 서울사회서비스지부 부지부장은 ‘저는 여성으로서도 돌봄 노동을 한다는 이유로도 사회의 홀대를 받는다. 우리 사회는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돌봄 노동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갖은 배려와 정성이 필요하고 온갖 감정이 소모된다. 우리는 안과 밖, 폭력의 위협 속에 수많은 세월을 인내하여왔다. 그런데 얼마 전 월 200만 원 조금 넘게 받는다고 귀족노동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200만 원 받는다고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말을 들어야 하였다. 그리고 서울시의회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예산을 대부분 삭감하였다. 우리 때문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이중적 임금차별을 당한다. 성별임금격차와 돌봄임금차별이다. 인내의 대가는 비난이었다. 더 이상의 인내는 독이다. 참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하였다.
서울교통공사노조 책읽기 모임의 이현경씨가 성평등모범상 수상자로 대표 발언을 하였다. ‘작년(2022년)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입사 동기였던 남성에게 흉기로 살해당한 여성 역무원 사건이 있었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우리는 몰랐다”고 발뺌하고 사건 덮기에만 급급하였지, 지금까지도 직장 내 성폭력을 없애고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사고 방지책이라고 직원들에게 경보기와 호루라기, 호신용 스프레이를 지급하는 것에 그치고는 사고가 나더라도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하였다 한다. 또 ‘2인 1조’로 근무하라는 업무지시만 내리고 필요한 최소 인력조차 채용하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여성 노동자가 살해당하지 않는 안전한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3‧8 여성의 날이 기념일이 아니라 여성이 투쟁하여 역사의 산증인이 되고자 결의하는 날이고, 여성 노동자가 한국 노동자의 역사, 세계 노동자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하였다. 결의문 낭독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서 ‘윤석열 정권에서 여성 인권과 성 평등은 사라지고 출산과 인구조절의 도구인 여성만 남겼다. 이제 일터에서부터 여성을 지우려 한다’고 밝히면서 그러나 이미 ‘균열은 시작되었다. 정의로운 피해 회복을 요구하는 여성 노동자 ‘강금덕’이 있고,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투쟁하는 ‘파리바케트지회’가 있고, 성평등을 향해 사업장의 담을 넘는 여성들의 연대가 있기에 우리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밝혔다.
‘3‧8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 노동자들의 운동에서 유래하였다. 115년 전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도 없이 먼지 가득한 현장에서 하루 12시간에서 14시간씩 너무나 적은 임금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섬유회사에서 화재가 일어났고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화재로 숨졌다. 이후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 루트커스 광장에서 미국 여성노동자 1만 5천여 명이 모여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규모 집회를 열어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노동환경 개선, 노동조합 결성, 여성의 투표권 쟁취인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다. 미국에선 1909년 미국사회당(SPA)이 2월 28일 첫 번째 ‘전국 여성의 날’을 선포하였고, 이후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여성 노동자 국제 콘퍼런스에서 독일의 여성 운동가 크랄라 제트킨이 ‘여성의 날’을 국제 기념일로 만들자고 제안하였고, 17개국에서 온 100명의 여성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하였다. 1911년 3월 19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스위스 등에서 참정권, 일할 권리, 차별 철폐 등을 외치는 ‘세계여성의 날’을 처음 개최하였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3월 8일 러시아 여성 노동자들이 ‘빵과 평화’를 내세우며 대규모 파업을 벌인 후 4일 만에 러시아의 짜르 니콜라스 2세가 폐위되었고, 여성들은 임시 정부로부터 참정권을 얻어 내게 되었다. 그 후 1975년 UN이 3월 8일을 공식적인 ‘여성의 날’로 지정하였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세계여성의 날’을 공식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20년 일제 식민지 때부터 사회주의 계열이 각각 ‘여성의 날’ 기념행사를 시작하며 조선에 정착되었으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 시절 사회주의적 경향을 가진 ‘세계여성의 날’을 제재하며 공개적으로 진행하지 못하였다. 1985년부터 공개적으로 ‘세계 여성의 날 기념 한국 여성대회’를 열기 시작하였고, 2018년에 ‘여성의 날’이 법정 기념일이 되었다. 세계적으로는 올해로 115번째이고, 우리나라는 39회째이다.
유엔에서 공식 지정한 날은 아니지만 11월 19일 ‘세계 남성의 날’도 있다. 전 세계 약 80개국에서 기념한다. 세계 남성의 날은 ‘남성과 남자아이들의 건강, 여성과의 관계를 개선, 성평등을 추구하며, 긍정적인 남성 롤 모델을 주목’하는 날이다. 1991년 2월 8일 미주리 대학교 교수 토마스 오스터가 제시하였다. 지난 해 11월 19일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70개국에서 남성의 날 기념행사가 진행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남성의 날’을 공식적인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