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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해소하는 소통문화가 발달하려면-2

도영인(현 한영성코칭 대표, Deep Change, I | 기사입력 2023/03/27 [10:22]

갈등을 해소하는 소통문화가 발달하려면-2

도영인(현 한영성코칭 대표, Deep Change, I | 입력 : 2023/03/27 [10:22]

필자는 '민주시민들이 앞장서 촛불혁명을 이룬 대한민국에 어처구니없게도 다시 불통의 정부가 들어선 것'을 개탄했습니다. "윤 정부의 독단적인 통제에 대응하기 위한 초비상 시민저항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한 필자는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적대자들 간의 진정성 있는 대화가 없이 막무가내식 불협화음과 불통 현상이 심해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비상시국'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문제의 해법으로 '먼저 의사소통의 불통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필자는 이를 위해 1, 고질적인 '불통'에서 경청하는 집단지성으로 2, 공익을 확장하는 경청능력과 소통문화 3, 인본주의적 지도자 자격 4, 영성적인 지도력과 소통능력 5, 경청하는 민주복지사회를 향하여 나아가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3회에 걸쳐 글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공익을 확장하는 경청능력과 소통문화

  진정한 민주사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경청을 포함하는 효과적인 대화의 기술을 함양하는 것은 값진 일이다. 몇 년 전에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평화롭게 “다투고(和諍), 다툼을 통해 더 큰 공동의 선(善)을 만드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함께하는 경청’이라는 단체가 새로 만들어졌다. 진취적인 안목을 갖고 창안된 ‘함께하는 경청’이라는 단체에서 마련한 자료에 의하면, 경청을 제대로 하려면 몇 가지 기본자세가 필수적이다. 먼저 상대방의 말을 들을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다. 이야기하는 중에 남의 말을 가로채는 것은 존중은커녕 상대방의 의사전달에 방해꾼이 되는 일이다. 경청은 귀로 들음과 동시에 마음을 다해 듣는 일이다. 마음을 다해 듣는다는 건 상대방이 하는 말뿐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 상태와 의도까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이다. 주어진 시간에 혼자 발언권을 독점하는 것도 경청하는 자세에 상반되는 행동이다. ‘함께하는 경청’의 교육자료에 의하면 자신의 의견과 전혀 다른 주장을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성급한 판단이나 지레짐작을 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도 자기와 다른 주장하는 사람이 전적으로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경청하는 일을 당연히 여기는 조직문화에서는 자유로운 발언권이 보장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창출된다고 가정할 수 있다. 누구나 다른 사람이 상반되는 의견을 말할 때 거부하기보다는 환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가 되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을 것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상급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편히 나눌 수 있으려면 먼저 평등의식이 실천되는 소통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경청과 소통의 문화가 창출되려면 실력보다 경륜을 중시하거나 계급의식이 강한 조직적 특성에서 탈피하려는 민주적인 지도자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인본주의적 지도자 자격

  지도자의 자격은 여럿이 있겠으나 우선 소통하려는 의사가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는 열린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작과 사기행각에 앞선 이들이 발붙이지 못하는 진정한 민주문화가 한국 사회에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으려면 권력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 영성적 자질을 가진 지도자들이 대거 출현해야 한다. 어느 특정 지도자 한 사람이 필요하다기보다는 사회문화적인 진보과정에 참여하는 이름 없는 시민들이 먼저 수평적으로 지도자 역할을 하여 정치권력층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민주적 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자격요건을 생각해 보자면, 통합사회의식, 민주적 의사전달기술,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자비로운 마음, 다른 관점과 세계관을 포용하려는 순수한 인간애, 관용으로 인내하는 경청기술,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공동체적 평정심, 지혜로운 공감 능력, 합리적 문제해결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 긍정적 마음으로 문제해결 하려는 의도 등이 있다. 이런 지도자적인 자질이 풍부한 인물들은 켄 윌버(Ken Wilber)의 통합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인류가 하나(oneness of humanity)’라는 우주적 차원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이고 ‘인류의식’ 발달단계로 향하는 장기적인 관점의 통합영성적 비전(integral spiritual vision)을 수용하는 지도자라고 볼 수 있다. 


  임신한 노비에게 유급휴가를 허락했고 신분 격차를 뛰어넘어 양반이 아닌 인재를 고용했던 세종대왕이야말로 통합영성적 인류애를 후손들에게 모범적으로 보여주었던 진정한 지도자상이 아닌가! 조선 시대에 엄혹했던 유교 사회의 시스템적 한계성까지 뛰어넘은 것은 세종대왕이 왕으로서 절대권력을 행사할 수 있어서라기보다 오히려 그의 타고난 인류애적 성향이 저급한 계층사회에 만연했던 특권적 분리의식을 극복한 때문으로 본다. 왕권으로 다른 사람을 핍박하거나 죽이는 대신 보살피고 사랑하는 인류애적 자질을 표출하는 세종대왕과 같은 인물은 시대적, 사회문화적 한계성을 초월하는 영성적 자질을 갖춘 지도자라고 하겠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절박하게 필요한 지도자는 물질주의적 사회제도의 제한성을 극복하여 한국인 고유의 고대국가이념인 홍익정신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현재 한국 사회는 우수한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인끼리 외국어가 아닌 한국말로도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기본적인 의사소통마저 안 될 정도로 분열된 형국이다. 신자본주의 말기에 들어선 세계 경제의 위태로운 상태는 돈의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막힌 금융체제 때문이다. 물론 한국은 약육강식 논리가 지배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또다시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 빈익빈 부익부 추세로 인해 생겨난, 마치 피의 흐름이 막힌 동맥경화와 같은 사회현상인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빈곤의 세습을 예방하기 위하여 돈의 유통을 원활하도록 돕는 거시경제정책을 과감하게 실시하려면 우선 원활한 소통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공공정책이나 민관협력도 공감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적인 소통능력 없이 달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본주의적인 경청과 소통능력이야말로 현재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지도자 역량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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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훈 2023/03/27 [11:25] 수정 | 삭제
  • 격하게 공감합니다.
    그런 구심점이 곳곳에 생기는 사회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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