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인(제주법학대학원 교수, 주민자치위원)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제주에서도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가능해졌다. 도의회에서는 조만간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을 위한 조례를 제정할 것이다.

제주 지역의 경우 주민참예예산 사업 및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으로 쓰는 돈이 연 400억 원이다. 하지만 대부분 일회성ㆍ전시성 사업에 그치고 있다.

나는 그 돈 때문에 삶의 질이 조금이라도 높아졌다고 말하는 제주도민을 아직까지 단 한 명도 만나본 적이 없다. 혈세 낭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연 400억 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신촌리의 경우 화력발전소에서 지원받은 10억 원을 종잣돈으로 해서 마을회가 32세대 빌라를 소유하며 임대사업을 펼쳐 무주택 주민의 집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연 400억 원으로 43개 읍면동 주민자치회가 무주택 주민을 위한 주거서비스 사업을 할 수는 없을까? 또 마을 어르신들이 요양원에 가지 않고 마을에서 여생을 평안하게 보낼 수 있는 돌봄서비스 사업을 할 수는 없을까?

오늘 제주민회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요지는 읍면동 주민자치회가 주거서비스ㆍ돌봄서비스 사업 등을 할 수 있도록 조례를 잘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물론 조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대로 하고자 한다면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조례만으로도 불충분하고 제한적으로나마 할 수 있는 길은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와 제주도의회가 좋은 조례를 만들어 주기 바란다.

그래서 주민자치회가 전시 행정과 같은 일회성ㆍ행사성 사업이 아닌 주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본서비스 사업을 할 수 있기 바란다.   

** 직접민주주의뉴스 게재를 흔쾌히 허락해 주신 신용인 교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