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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이 두려웠던 자들과 그 후예들

정해랑 | 기사입력 2023/08/11 [21:48]

광복이 두려웠던 자들과 그 후예들

정해랑 | 입력 : 2023/08/11 [21:48]

  흙 다시 만져 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

 

  8월 15일 광복절이면 우리가 부르는 누구나 아는 노래이다. 이 노래를 부르면 그날에 태어나지도 않았던 사람들도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끼게 된다. 하물며 1945년 8월 15일 바로 그날에 광복의 소식을 들었던 사람들이야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광복이 되기도 전에 기쁨을 상상해서 노래한 시도 있다. 심훈의 ‘그 날이 오면’을 보면, 시인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드디어 그날이 왔던 것이다. 얼마나 눈물 나도록 기쁜 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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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온 민족이 기뻐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그날에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두려워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설마 그런 사람이 있었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실제로 그러한 사람들은 많이 있었다. 

 

  일본 경찰에 체포당해서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갇히고, 수배가 되었던 독립투사들이 있었다면, 그들을 고문하고, 감옥에 가두고, 잡으러 다닌 일본 경찰에 한국 사람도 적지 않게 있었다. 이들이 광복을 두려워하고 오지 않기를 바랐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이 밖에도 일본 군인이 된 조선인 중 끌려간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직업 군인이 되었던 사람들, 총독부 관리, 판검사, 군수 등 높은 지위에 있던 사람들, 일본을 위해 글을 쓰고, 일본의 입맛에 맞는 학문 이론을 발표했던 사람들, 일본에 협조해서 많은 돈을 벌었던 사람들. 이들은 모두 광복을 두려워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본의 패전 직전에 우리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나가야 한다고, 일본이 승리해야 한다고 목청 높이 외치고 다녔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통틀어 ‘친일파’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서 친일파들은 광복의 날에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두려워했던 사람들이다.

 

  그때 친일 안 한 사람이 어디 있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것을 두고 우리는 ‘물타기’라고 한다. 사기를 친 사기꾼이 자기의 범죄를 추궁하는 사람들에게 거짓말 한 번 안 한 사람 있냐고 하는 식인 것과 마찬가지다. 

 

  해방이 되는 그날까지 일본제국주의와 목숨을 걸고 싸웠던 독립투사들이 있다. 그리고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끝까지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일본에 협조하지 않으려고 온갖 고초를 당한 분들도 있다. 물론 이런 분들은 전체 조선인에서 소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밖에도 우리 동포들 대다수가 어쩔 수 없이 했던 창씨개명, 강제 동원된 노역, 공출 이행, 군 입대 등에 대해서 우리는 ‘친일’이란 말을 쓰지 않고, 그런 일을 한 사람들을 ‘친일파’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친일파는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ㆍ식민통치ㆍ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우리 민족 또는 타 민족에게 신체적 물리적 정신적으로 직, 간접적 피해를 끼친 자’로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일본의 침략 행위에 ‘적극’ 협력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 민족 혹은 타 민족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이 자신들의 죄를 덮어버리려고 남들도 다했다, 혹은 어쩔 수 없이 그랬다고 하는 것이다.

 

  친일파는 이제는 이미 다 저 세상으로 간 사람들인데 왜 과거를 자꾸 들추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을 굳이 지금 이야기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이제 거의 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단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은 이제 세상이 다 아는 바이다. 단죄받지 못한 자들이 그냥 얌전히 자기 죄를 뉘우치고 살았을까? 천만에 말씀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혈육 등을 통해 후예를 양성하여 자신들의 죄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은폐하고 미화해 왔다. 그들의 죄과를 밝혀내는 이들을 독재권력을 통해 죽이고, 감옥에 가두고, 고문하고, 온갖 협박을 다해 왔다. 그것이 광복 이후 우리의 역사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역사는 모조리 친일파의 역사이고,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고 보는 견해에는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친일파’를 증오하고, ‘친일파’의 후예가 분명한 사람들이 ‘친일파’라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것은, 바로 일본제국주의 그리고 친일파와 싸워온 우리 순국선열들의 피와 땀 덕분이다. 또한 그 뒤를 이어서 친일파를 폭로하고 청산하려고 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 때문이다. 우리의 지난 세월 민주화운동은 바로 친일파이면서 그들을 감싸주려고 한 독재정권에 대한 친일파 청산운동이었다.

 

  이제 광복 78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광복을 두려워했던 자들이 그 후예들을 통해 되살아나는 것을 보고 있다. 일본제국주의의 강압에 의해 징용에 끌려간 이들이 민주주의적 절차에 의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서 승소했는데 그것을 못 받게 하고 제3자 변제라는 방법으로 자국 기업에 배상 책임을 지우는 말도 안 되는 짓을, 국민에 의해 뽑혔다는 정부가 자행하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자가 우리 헌법에 명시된 3·1운동 정신에도 어긋나게 ‘100년이 더 된 일에 대해 무릎 꿇고 사죄하라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망언을 하여서 일제강점기의 죄악에 대해 면죄부를 주려 하고 있다. 

 

  이렇듯 과거를 팔아먹은 자들이 현재에도 일본의 범죄를 두둔하고 나섰다. 방사능오염수 해양투기는 그야말로 국제적인, 전인류에 고통을 끼치는 범죄이다. 이러한 범죄를 나서서 변명해주려 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 안전과 건강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안녕까지 팔아먹으려 하는 것이다.

 

  이제 윤석열 정권은 친일파의 후예가 되어 어디까지 망령된 짓을 할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이라는 미명하에 일본 자위대가 우리 영토에 들어오게 하고, 얼마 안 있으면 육지까지 밟게 할지도 모른다. 독도까지 일본에 넘길지 모르겠다는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게 되었고, 일본이나 미국의 이익을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이러한 친일망동을 멈추게 해야 하고, 친일파의 후예들을 청산해서 다시는 이 땅을 더럽히지 않게 해야 한다. 광복 78주년을 맞아 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그때 나는 광복에 기뻐서 춤을 추었을지, 아니면 두려워서 떨고 있었을지를 성찰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정치인, 관료, 학자, 예술인, 기업가 등에 대해서도 판단해야 한다. 그들이 진정 광복을 기쁘고 반갑게 맞이했을지 아니면 두려워했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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