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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효창공원 논의는 왜 성공하지 못했나

최범준 | 기사입력 2024/03/20 [15:16]

문재인 정부의 효창공원 논의는 왜 성공하지 못했나

최범준 | 입력 : 2024/03/20 [15:16]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2019년 2월 26일, 문재인 정부는 국무회의를 효창공원의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한다. 전쟁기간을 제외하고 공공청사가 아닌 곳에서 국무회의가 열린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나아가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근린공원 수준에서 관리 중이던 효창공원을 국가관리묘역으로 지정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임기 동안 수차례 이곳을 찾아 참배하는 등 효창공원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같은 시기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국민인식 조사' 결과는 대통령이 이곳에 각별히 관심을 쏟은 이유를 보여준다.

"항일독립운동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을 묻는 질문의 1, 2, 3순위 응답을 합한 결과, 응답자들은 김구(38.0%), 안중근(33.4%), 윤봉길(26.3%)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모두 효창공원에 묘역이 자리해 있다.

 

시민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언급한 독립운동가들이 모여 있는 효창공원에 관심을 기울인 대통령의 노력은, 역설적으로 효창공원이 묘역에 걸맞지 않은 이질적 요소가 난립하며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시작은 효창운동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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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 후 조성한 첫번째 순국선열(삼의사) 묘역ⓒ 퍼블릭도메인    

 

묘역 앞에 지어진 운동장

 

효창운동장은 1960년 10월 열린 제2회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치르기 위해 지어졌다. 한국이 1956년 9월 홍콩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며 다음 대회 개최권을 획득한 데 따른 조치였다.그런데 기사에 따르면 효창공원에 운동장 건립을 처음 시도한 건 1956년 6월이다. 제 1회 아시안컵이 열리기 3개월 전이었다. 대회 우승팀 자격으로 차기 대회 개최권을 얻기도 전에 운동장 건립 시도가 있었단 의미다.

 

4.19 혁명 이후 운동장 건립 시도의 전모가 밝혀졌다. 1960년 6월 11일 경향신문 ‘혁명전후 (1) 효창공원’ 기사에 따르면, 운동장 건립은 이승만 대통령의 특명으로 시도되었다.

 

1956년에 한 차례 무산된 운동장 건립시도는, 제 9대 임흥순 서울시장이 1959년에 운동장 건립을 관철하며 지금 자리에 지어졌다.

 

임흥순 시장은 일제강점기에 반민족행위단체 동민회(同民會), 조선임전보국단(朝鮮臨戰報國團) 등에서 활동했다. 일제 태평양전쟁 당시 놋그릇을 모아 일제 해군무관부에 헌납하고 청년들에게 학병지원을 권유하는 '학생 급속정신운동'을 전개하는 등 반민족행위 이력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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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홈페이지 '역대 서울시장 소개'란에 소개된 임흥순 시장. 효창운동장 건립(60년 아시아 축구대회 대비 효창운동장에 축구장개설)을 주요시책으로 기재해 두었다.ⓒ 서울시 홈페이지 갈무리    

 

운동장이 건립된 후에도, 일대에는 반공탑, 원효대사 동상 등 묘역과 관계없는 이질적 요소가 난립하며 오늘에 이른다.

 

잘못된 문제정의, 잘못된 결론으로 귀결

 

그동안 효창공원에 얽힌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공간 성역화, 재구조화 요구가 숱하게 이어졌고 당연히 '효창운동장 입지 문제'도 해결 과제로 제시됐다. 한겨레 역시 "효창공원, 추모·시민 공간 거듭나려면 운동장 철거가 '1순위' (2018. 8. 16.)"라며 강력히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에 효창공원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문재인 정부였지만 '효창운동장 입지' 문제에 관해 이렇다 할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효창공원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동 임청각 복원 사례에 비추어 보면 오류가 자명하다.

 

임청각(보물 제 128호)은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이끌며 국무령을 역임한 석주 이상룡 선생이 태어난 곳이다. 선생을 비롯해 아들, 손자 등 독립운동가 9명을 배출한 독립운동의 산실로 꼽힌다. 일제는 이곳에 철길을 놓았고, 임청각은 오랜 기간 공간을 훼손당한 채 이어졌다.

 

이에 국가철도공단이 철길을 다른 곳으로 새로 내 기존 철로를 철거함으로써 임청각 복원의 토대를 마련했고 현재 복원이 진행 중이다. 보물 임청각을 바로잡기 위해 문화재청이 아니라 국가철도공단이 개입했다. 공간의 문제가 철길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효창공원의 문제는 묘역이 아니라 운동장이기에 관련부처를 특정하자면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알맞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효창공원 재구조화 담당부처는 국가보훈처, 문화재청이었다. 운동장을 논할 수 없는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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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잘못 정의하면 틀린 답이 나오기 마련이다. 효창공원 문제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운동장 논의없이 올바른 재구조화를 기대하긴 힘들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효창독립 100년 공원 조성' 사업은 2022년 12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했고 묘역에 얽힌 사회 갈등, 효창운동장 입지 문제를 발전적으로 해소할 이렇다 할 방안을 찾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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