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의심이 죄가 되는 세상
정해랑 | 입력 : 2023/07/04 [16:51]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주권자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이 지난 6월 5일 더불어민주당 혁신기구 위원장에 선임되었으나 아홉 시간 만에 사퇴하였다. 본인이 밝힌 사퇴 이유는, “사인(개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 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이 위원장이 말하는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사인(개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은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낸 미 패권 세력”이라고 한 이른바 ‘천안함 조작설’, 2020년 3월에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임을 가리키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고 한 이른바 ‘코로나 바이러스 미국 진원설’, 그리고 한국의 대선에 미국의 정보기관이 개입했다는 설 등이다.
이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얼마나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이래경 명예이사장이 말한 것 중 문제가 된다고 하는 것들은 항간의 갑남을녀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조금 논리적으로 썼을 뿐이다. 이러한 주장을 한 것이 마치 대역죄라도 되는 양 떠드는 것에 대해 어안이 벙벙해진다. 나아가서 이와 같은 광기 어린 주장들에 대해 이른바 개혁세력, 진보세력이 아무말도 못하고 침묵을 지키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른바 ‘천안함 자폭설’을 보자. 이래경 명예이사장도 밝혔듯이 이것은 하나의 가설을 말한 것에 지나지 않고, 표현은 얼마간 과도했다고 인정하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천안함 침몰 사건은 원인 불명이라는 것이 그의 최종적인 견해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의 발표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한 여지가 많다. 도대체 한미 해군이 대잠수함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북한 잠수정이 침투하여 우리 함정을 격침시킬 수 있단 말인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의심이 있을 수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속시원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런 가운데 의문점을 말하는 사람을 마치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사람인 양 한다면 대한민국은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없는 나라인가? 일찍이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가 인사청문회에서 정부의 발표를 믿지만 확신하지는 못한다는 발언으로 결국 낙마한 사례가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사상 검증의 리트머스 시험지라도 되는 것인가?
코로나19의 진원지가 미국이라고 한 것은 외신에 나오는 이야기를 전한 것이라고 이 명예이사장이 밝히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인도 대부분 잘 모르는 '포트 디트릭'이라는 군사시설이 있다. 워싱턴 DC에서 북쪽으로 약 80km 떨어진 메릴랜드주 프레드릭에 위치한다. 지금은 에볼라와 천연두를 포함해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생물 의학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역사 때문에 바이러스 유출 의구심을 받고 있다.
이 명예이사장은 코로나 확산의 중심지와 바이러스 진원지는 엄격히 분리돼야 한다고 하고, 확산의 중심지는 우한이 틀림없지만, 세계 곳곳에서 우한사태 이전 유사바이러스 현상이 선행되고 있었음이 감지됐다며, 이에 주목한 대만의 감염전문가가 이런 현상을 몇 가지 종류로 분류하고 분석하면서 이들의 진원 방향이 미국을 가리키고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고 하였다. 이 명예이사장은 이런 사실을 국내에 알린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이 검찰총장 취임 직후, 미CIA 수장인 하스펠이 극비밀리에 방한하여 윤석열과 면담하고 이후 검찰청 실무단이 미국에 파견된 바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 윤석열은 하스펠과 면담 이후 정치 이슈와 안보 이슈 등을 포함해 과감해지고 장관과 대통령도 무시하는 안하무인식 행보를 보여줬다고 이 명예이사장은 판단한다.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 의심이다. 이것이 '미정보기관의 한국대선 개입설'이다.
이러한 합리적 의심조차 마치 이적행위나 되는 듯이 떠들어대는 족벌언론과 국힘당은 보수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아까운 존재들이다. 점점 더 그 정도는 심해지고 있다. 이제는 대통령이란 자가 극우 유튜버나 할 듯한 발언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정부 여당, 족벌 언론, 수구극우세력 등은 앵무새처럼 극우적인 발언을 떠들고 있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이렇게 합리적인 의심조차 처벌받는 세상이 되었을까?
물론 극우수구세력에 가장 커다란 책임이 있다. 그런데 정말 그에 못지않게 책임이 있는 것은 민주당이다. 왜 이런 터무니없는 공격에 허무하게 물러서는 것인가? 더욱이 국힘당과 다를 바 없이 공격을 해대는 민주당 내 비주류들은 도대체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 자들인가? 이른바 진보언론들과 시민사회진영 역시 그렇다. 한결같이 이런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족벌언론과 다를 바 없는 관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합리적인 의심조차 허용이 되지 않고 처벌의 대상이 되는 사회, 그것이 사상 검증의 리트머스가 되는 사회, 이런 사회에 밝은 미래는 없다. 언제까지 이런 극우적이고 광기어린 억지주장에 주눅 들고 끌려다닐 것인가? 이 점에서 이래경 명예이사장의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사퇴는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지금이라도 이 명예이사장에 대한 공격의 사안 사안에 대해 민주개혁진보세력이 견해를 밝히고 싸워 나가야 한다.
지난 70여 년 동안, 좀더 길게는 한 세기 동안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어느 정도는 진전하였다. 이것이 순식간에 역주행하고 있는 지금, 모든 민주개혁진보세력이 힘을 합쳐 이것을 막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방관할 때 어느 순간 저들의 폭압은 나 자신을 향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합리적인 의심조차 처벌받는 사회, 그것을 주도하는 자들은 결코 보수가 아니라, 우리 공동의 적인 파시즘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저작권자 ⓒ 직접민주주의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