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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내가 우리가 쉴 수 있는 의자는

강현만 시인의 따따부따-10.29 이태원 참사 2주년에

강현만 | 기사입력 2024/11/04 [11:33]

네가 내가 우리가 쉴 수 있는 의자는

강현만 시인의 따따부따-10.29 이태원 참사 2주년에

강현만 | 입력 : 2024/11/04 [11:33]

하늘이 열렸다. 정확하게는 하늘에 구멍이 났다. 여기저기 셀 수 없는 구멍이 났다. 구멍의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하늘에 난 구멍은 색깔도 모두 틀렸다. 하늘이 바람에 휩쓸렸다. 휩쓸린 하늘 따라 구멍도 어지럽게 흔들거렸다. 흔들림 때문이었을까. 어디선가 아이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바람이 만든 사다리를 타고 아이들은 오르고 있었다. 바람 사다리는 생각보다 안전했다. 세상에 이런 사다리도 있었다. 아이들의 표정은 환하게 빛났다. 맑고 밝은 표정에서 그날의 혼돈은 찾을 수 없었다. 

 

하늘에 구멍이 나고 바람에 휩쓸릴 때, 땅에도 신기한 변화가 나타났다. 싱크홀도 아닌 데 구멍이 났다. 구멍의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구멍 난 땅의 색깔도 모두 틀렸다. 땅이 흔들렸다. 돈과 권력, 명예 가질 것은 다 가진 자들이 나타났다. 심령술, 하늘의 기운을 가진 자들 그리고 선량한 낯빛으로 일신의 영화를 누리는 무거운 짐을 진 자들이었다. 땅속 구멍으로 하나, 둘 줄지어 들어갔다. 너무 많아서 들어가는 데 오랜 시간이 들었다. 갑자기 흔들리던 하늘이 무너졌다. 구멍에 무덤이 생겼다. 

 

꿈이었다. 2022년 10월 29일 159명의 생명이 이태원 골목에서 숨 쉬지 못하고 이승을 떠났다. 시신은 아무렇게나 방치되었다. 마약 검사 운운하면서 시신을 훼손한 흔적도 있었다고 전해졌다. 159명의 생명을 죽인 자들은 은폐하고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생명을 여러 곳의 병원으로 흩어 놓는 일에 골몰했다. 유족들이 만나는 걸 두려워했다. 은밀하면서도 대범하게 2차 가해가 진행되었다. 누가 이태원에 놀러 가라고 했냐, 놀러 가 죽은 것이 무슨 자랑이냐고 공격했다. 사건의 진실을 호도하고 덮기에 급급했다. 

 

우주의 기운을 받은 점성술사의 지령에 따라 김건희, 윤석열 이하 졸개들은 불나방이 되었다. 초기에 윤석열은 립쇼의 달인 문재인에게 배운 것처럼 몇 차례 시청 분향소를 찾는 보여주기를 수행했다. 그게 전부였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통령이 분향소 찾아서 그만큼 절하고 애도했으면 159명의 생명을 대신한 것처럼 우쭐댔다. 김건희, 윤석열을 비롯해 권력을 가진 자들의 이러한 무도함은 뿌리가 깊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은 언제까지 모르쇠로 일관할 것인가?’

 

국민방위군 사건, 보도연맹 사건, 여수, 순천 투쟁, 4.3 항쟁, 박정희가 저지른 통혁당, 인혁당 사건 등 조금 긴 시간의 역사는 차치하고라도 우리는 근래에 너무도 많은 사건의 은폐와 진실에 입을 닫고 있다. 

 

김현희 KAL 858기 폭파, 무 자르듯 반으로 갈라진 천안함, 304명의 목숨을 생중계로 죽인 세월호, 코로나 강제 백신주사에 따른 사망 등 그 어떤 사건에도 정부 권력은 사건에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 세월호 변호사로 불려 민주당 최고위원까지 했던 박주민 변호사가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유민이 아빠 옆에서 단식하지 말라고 단식하던 문재인은 청와대 초청과 포옹하는 서비스가 전부였다. 

 

국민은 개, 돼지다. 그들에게 국민은 개, 돼지이여야 한다. 대통령이 이름 한 번 불러주고 포옹해 주면 그 은혜가 하해와 같은 것이어야 한다. 그 이상을 주장하거나 요구하면 불경한 것이다. 도긴개긴 권력 놀음에 도끼날 썩는 줄 모르는 국민의힘, 민주당 거대양당의 속살이며, 진실이다. 

 

‘진영 놀음에 놀아나면 참사는 반복되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다.’

 

국민의힘은 ‘보수’라는 표현을 즐긴다. 민주당은 ‘진보’라는 표현에 미소를 짓는다. 지식기술자, 전문가, 언론이라 하는 종자는 ‘국민의 힘 보수’와 ‘민주당 진보’로 희희낙락 주지육림에 그네를 탄다. 이재명은 스스로 보수라고 한다. 제주 4.3 평화 기념관에 가면 김규식은 ‘중도 보수’, 김구는 ‘보수’, 이승만은 ‘우익’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중도 보수’도 아니고 김구 정도의 ‘보수’도 못 되는 보수다. 당연히 국민의 힘은 보수가 아닌 ‘수구’ 또는 ‘극우’다. 

 

독일의 우파라고 하는 메르켈 총리의 당이 기독민주당이다. 한국의 민주당보다 몇 배는 진보적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민의 힘과 민주당은 ‘보수’와 ‘진보’의 탈을 쓰고 권력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김어준, 유시민 등 지식기술자, 전문가, 언론은 이를 공고히 하고 다른 정치세력(좌파 진보세력)이 자랄 수 있는 싹을 제거하는 데 일등 공신이다. 대중을 현혹하는 요사스러운 요물 같은 자들이다. 이런 물음에 의문이 드는 자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당헌, 강령, 집권 시기에 펼쳤던 자주(미제국주의), 민주(사회경제적 민주주의), 통일(통일의 실질적인 기반), 평등( 노동, 재벌) 등 제반 정책을 비교, 분석해 보길 바란다. 한마디로 이들은 기독민주당 메르켈 총리도 입에 담지 않는 ‘자유민주주의’의 신봉자다. 

 

‘쉴 수 있는 의자에 앉고 싶다.’

 

쉴 수 있는 의자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위로와 평안 속에 잠이나마 한숨 자볼 수 있는 의자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통과 되었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 조사위원회’ 활동이 시작된다고 한다. ‘세월호 특별법’과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떠오른다. 민주당 문재인 정권은 대한민국 입법, 행정, 사법 그리고 지방 권력까지 모두 장악했는데도 세월호는 아직 진행형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정권의 꼴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그렇다고 민주당 누구 권력이라고 기대할 언덕이 있을까 의문이다. 강민정 전 의원의 이태원 참사 2주기, 뒤늦은 반성문 칼럼은 사후약방문이지만 진솔한 사과와 반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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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만 시인    

결국에 언젠가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것이다. 국민이 정치권력의 주인 되는 날이다. 조선시대 붕당을 비판하듯이 진영 논리로 권력을 주고받는 진영 사회를 극복해야 한다. 국민이 직접 통치하고 정치하는 직접민주주의 시대는 시대의 요구, 민중의 요구다. 그 이전이라도 민주당이 분골쇄신, 정신 차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국민은 언제라도 무섭고 사나운 파도로 뒤엎어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음식의 맛이 무엇이며, 한숨도 편한 잠을 잘 수 없고, 슬픔과 울분, 분노와 눈물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실 유족과 피해자들께 위로와 평안의 인사를 전합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날이 올 것입니다. 끝내 이기리라 믿습니다.’

 

아래는 제 세 번째 시집 <바람 너머 당신>에 실렸던 두 편의 시입니다.

 

10.29 그날

 

 

이태원, 얘들 이상 없지?

연락이 없는 것 보니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전화해봐, 아니 전화하지 못했다

 

무서웠다

전화를 받아도 받지 않아도

소름이 돋았다

무서움이 돋았다

 

죽음이 어떻게 이럴 수가

피워보지도 못한 일상이

무너지는데, 줏대 없는 천민멍텅구리여

아, 헬조선의 배부른 멍텅구리여

 

그날 머리를 풀어 헤친 눈물이 종일 널뛰었다.

 

 

 

숨 쉴 수 없는 바람

 

 

하늘은 바람에 날리고

그 어디쯤 엽서가 하늘을 가리울 때

푸른 은행잎이 숨 쉬지 못하고 떨어졌다

 

표정 없는 걸음이 걸었다

무심한 그는 백지장 같고 도인 같았다

그저 걷는 일이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숨 쉴 수 없는 바람이 뒤를 따랐다

엽서는 얼핏 이태원 그리고

할로윈이라는 글자를 띄웠다

 

그저 재미있는 시간을 축제를

그게 전부였다

숨을 쉴 수 없는 바람이 뒤를 따랐다

 

떨어지고 끼이고 찢어지고 불타고 무너지고

천재지변도 전쟁도 아닌데

너무나 많은 하늘이 쉽게 떨어진다

 

하늘은 작은 해방의 틈새마저도

가질 수 없는 바람인가 보다

숨 쉴 수 없는 바람이 뒤를 따랐다

 

미친 듯이 일하고 미친 듯이 놀아야만 하는

등 떠미는 하늘에 바람에

숨 쉴 수 없는 바람 뒤로 푸른 잎이 길게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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